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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p Exhibition / Reliance and Independence - 의존하는, 의존하지 않는>

Amado Art Space - 아마도예술공간
June 27 - July 27, 2025



<Requi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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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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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2025)과 〈캐논〉(2025)은 자본주의의 양면성을 열을 매개로 사유하고, 상징과 은유로 빚은 작업이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열이 자리한다는 사실, 태양이 지구상의 모든 에너지를 탄생시키는 원초적 힘이라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원시 인류가 불을 길들여 생존 기반을 다져온 것처럼 인간은 끊임없이 열이라는 에너지를 추구하며 문명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런 열망은 현대에 이르러 자본이라는 태양을 향한 맹목적인 비행으로 치환된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는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밀랍 날개가 녹아 추락했지만, 자본이라는 태양을 향해 돌진하는 현대인들의 끝이 무엇일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작가는 자본이 사회의 필수적인 동력이자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거나 혁신과 기회 창출의 측면을 가지더라도, 맹목적인 자본 추구가 불균형과 소외를 일으키며 인간을 도구화한다는 측면에 주목한다. 즉, 자본이 양날의 검과 같은 의미임을 염두하며 인간성의 상실, 파편화된 관계, 삶의 본질적인 가치가 전도된 역설적 상황을 직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품의 주재료인 파라핀 왁스는 석유에서 추출된 물질로,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동력으로서의 석유가 갖는 경제적 가치와 현대 문명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열에너지를 흡수하고 방출하며 단단한 고체에서 유동적인 액체로 변하는 물성을 가진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이런 점에서 파라핀 왁스는 자본주의의 안정성과 불안정성,-견고함과 유동성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작가가 선택한 질료이다. 〈레퀴엠〉의 바닥에서 천정까지 솟아오른 기둥은 자본주의의 견고하고 압도적인 구조를 상징하며, 이를 떠받치는 뜨거운 철판은 냉혹한 자본의 속성을 은유한다. 이는 이카로스의 밀랍 날개를 녹인 태양처럼 자본의 무한한 탐욕과 경쟁이 낳은 파괴적인 힘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에 반해 〈캐논〉은 바닥에 뿌려진 파라핀 왁스와 그 위에 놓인 손 조각 설치를 통해 파괴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관객이 손 조각을 만지면 내부의 열기를 느끼게 되는데, 이 같은 상호 작용은 자본주의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서로 보듬고 연대하며 관계의 순환, 조화와 연결을 생각하도록 한다.

기획: 신양희